이익의 행방: 57 조 원은 어디로 흐르는가
2026 년 5 월 2 일,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회의실에서 임단협 교섭이 시작됐다. 노조 측은 기본급 7% 인상과 영업이익의 20% 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3% 인상을 제시했다. 그 사이, 1 분기 영업이익 57 조 2 천억원 중 9 조 8 천억원의 정기 배당과 1 조 3 천억원의 특별 배당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일정은 이미 확정돼 있었다. 교섭 테이블의 공기와 배당 발표의 어조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어긋나 있었다.
삼성전자의 이익 분배 구조를 숫자로 추적해보자. 2026 년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 (FCF) 의 50% 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한다. 정기 배당 9 조 8 천억원, 특별 배당 1 조 3 천억원 — 합계 11 조 1 천억원이 주주에게 배당된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추가된다. 반면, 직원 평균 연봉은 1 억 5,500 만원 (전년 대비 20% 상승) 으로 역대 최고치이나, 영업이익 57 조원을 한국 내 직접 고용 10 만명으로 나누면 1 인당 5,700 만원이다. 임금 총액이 배당 총액의 몇 배인가 — 이 질문에 삼성전자는 명시적 답을 내놓지 않는다.
노사 간 간극은 더 깊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 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한다. 57 조원의 20% 는 11 조 4 천억원 — 배당 총액과 비슷하다. 사측은 “DX 부문의 실적 악화” 와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 성과 보상 체계의 불가피성” 을 이유로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한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반도체 부문이 영업이익의 94% 를 벌었는데, 왜 완제품 부문의 부진이 반도체 노동자의 성과급 인상 요구를 막는 근거가 되는가. 부문별 독립채산제가 명확한 대기업에서, 이익은 통합하고 부담은 통합하는 방식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더 미시적인 층위에서, 이익의 행방은 고용 구조의 변화로 나타난다. 2026 년 상반기 반도체 업종 고용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 (약 4,000 명)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생산라인의 무인 자동화율은 이미 95% 를 넘었다. 24 시간 멈추지 않는 웨이퍼 흐름을 감시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AI 기반 이상 탐지 시스템이다. 고용은 늘지만, 그 고용은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중심이다. 단순 반복 작업 인력은 감소한다. 삼성전자는 2026 년까지 110 조원 이상을 시설 투자와 연구 개발에 투입한다. 그 투자는 생산성을 높이고, 동시에 인간 노동의 필요성을 줄인다.
다년공급계약 (LTA) 은 이익의 방향을 더 명확히 한다. 삼성전자는 2026 년 1 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사들과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다년 공급 계약을 일부 체결했다” 고 밝혔다. AI 수요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중장기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LTA 는 사업 안정성과 가시성을 높인다. 하지만 이 계약은 누구를 위한 안정성인가. 고객사 (엔비디아, 클라우드 hyperscaler) 는 공급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을 감수한다. 그 비용은 최종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그 최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한국 소비자다. 공급의 안정성은 확보되지만, 그 대가는 누구인가가 치른다.
여기에 하우스 오브 7 의 윤리 렌즈를 다시 적용하자. 첫째, 형평성 (Justice): 이익 분배에서 노동자의 자리는 어디인가. 영업이익의 50% 가 주주 환원이라는 정책은 자본에 대한 보상은 명확히 하면서, 노동에 대한 보상은 모호하게 남긴다. 둘째, 투명성 (Transparency): 부문별 이익과 임금의 연동 관계는 공개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벌고 DX 가 잃으면, 반도체 노동자는 왜 임금을 동결해야 하는가. 셋째,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자동화 투자는 단기 생산성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 숙련 노동의 단절을 만든다. 95% 무인 라인은 효율적이지만, 그 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어디로 가는가. 넷째, 문화적 존중 (Cultural Respect): 한국의 노사 관계는 ‘교섭’보다 ‘투쟁’의 역사가 길다.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이 아니라, 요구와 거부의 반복. 이 구조에서 진정한 의미의 이익 공유는 가능한가.
LTA 의 또 다른 층위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장기 계약은 미국 고객사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와의 결속을 강화한다. 하지만 중국은 —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 시장 — 어떻게 되는가. 미중 갈등이 심화될 때, LTA 는 한국 기업을 미국 진영에 묶어두는 족쇄가 될 수 있다. 공급의 안정성은 확보하지만, 시장의 다양성은 잃는다. 이는 2027 년 메모리 부족 전망과 맞물려 더 큰 질문을 만든다. 부족이 지속될 때, 한국은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57 조원은 흐른다. 주주에게, 설비에게, 일부 고소득 엔지니어에게. 하지만 그 흐름에서 배제된 이들은 누구인가. 자동화 라인에서 밀려난 작업자, 교섭 테이블에서 거절된 노동자, LTA 의 비용을 치르는 소비자, 미중 갈등의 좁은 길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 경제 전체. 이익의 행방을 묻는 것은, 그 흐름의 바깥에 선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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