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 4 천억 원의 질문: 한국 대학은 AI 시대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가
2026 년 4 월 23 일, 교육부 청사. 관계자들이 20 개의 대학 이름을 발표했다. ‘2026 년 대학 인공지능 (AI) 기본교육과정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관들이다. 수도권 6 개, 비수도권 14 개. 80 개 대학이 지원했고, 4 대 1 의 경쟁률을 뚫은 20 개교다. 선정된 대학들은 AI 리터러시, 윤리, 비판적 사고를 다루는 교양 과목을 개발하고, 비공학 전공자도 AI 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을 만든다. 교육부는 이 커리큘럼을 다른 대학들과 공유해 전국적 확산을 꾀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투자 규모는 총 1 조 4 천억 원 (약 10 억 달러) 이다. 2026 년 한 해 동안 1 만 1 천 명의 고급 AI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대학당 연간 최대 300 억 원의 지원이 주어지는 ‘AI 중심대학’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2026 년 10 개 대학이 새로 지정되고, 2030 년까지 30 개 대학으로 늘어난다. 전문대학에도 240 억 원이 투입돼 AI·디지털 전환 허브로 거듭난다. 성인 학습자와 재직자를 위한 AI 재교육 프로그램도 38 개 대학으로 확대된다.
숫자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이 투자가 실제로 한국 대학의 AI 전환을 이끌 수 있을까? 영국의 고등교육 전문 매체 타임스 하이거 에듀케이션은 최근 기고에서 “한국 대학은 더 나은 정책 없이는 AI 전환을 주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고는 한국 대학이 직면한 구조적 불평등을 지적한다. 인프라와 전문성은 서울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지역 대학은 인력 유출과 재정난으로 신음한다. 정부는 상위권 대학이 지역 대학과 자원을 공유하길 원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격차를 외면한 채 결과만 요구하는 발상이다.
더 깊은 문제는 정책의 모순이다. 정부는 대학에 더 많은 자율성을 요구하면서도 국가 우선순위에 더 밀착하길 바란다. 더 차별화되길 원하면서도 공통의 전략 의제에 수렴하길 요구한다. 지역 대학에는 지역 혁신의 앵커 역할을 맡기면서, 정작 기회와 자본은 수도권으로 흐르는 구조는 그대로다. 대학에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필요한 재정 지원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대학의 학생 1 인당 공공 지출은 OECD 국가들 중 하위권이다.
여기에 하우스 오브 7 의 윤리 렌즈를 적용해보자. 첫째, 형평성 (Justice): AI 교육 투자의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 수도권 상위권 대학은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끌어모은다. 지역 대학은 ‘공유’라는 이름으로 상위권 대학의 커리큘럼을 받아쓰는 2 등 시민이 된다. AI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 과제에서 지역 청년들은 다시 한 번 뒤처진다. 둘째, 투명성 (Transparency): 1 조 4 천억 원의 예산은 어떻게 배분되는가?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이 투자가 실제로 지역 격차를 줄이는지, 오히려 심화시키는지는 어떻게 측정하는가? 셋째,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2026 년 일회성 예산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닌지 우려된다. AI 교육은 커리큘럼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수진 채용, 디지털 인프라, 컴퓨팅 자원,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4 년 후, 10 년 후 이 투자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장기 계획은 있는가? 넷째, 문화적 존중 (Cultural Respect): 한국 대학에는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라는 전통이 있다. 대학을 국가 인재 양성의 도구로만 볼 때, 대학의 본질적 가치는 훼손된다. 교육의 목적은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것만이 아니다.
전문대 및 직업교육 부문의 소외도 문제다. 정책 논의에서 전문대는 종종 주변부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현장 기반 훈련과 즉각적인 취업 연계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전문대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정착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은 노동력 부족 sectors 에서 외국인 졸업생을 지역 노동시장과 연결하는 체계적인 프레임워크가 부족하다. 교육 정책과 이민 정책의 괴리다.
교육부는 “이 사업으로 AI 교육 접근성을 확대하고 모든 학생이 필수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가 이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현재의 정책 의제는 비싸다. 교수진 채용, 디지털 인프라, 컴퓨팅 자원, 교육 재설계, 장기 유지보수 — 모두 자금이 필요하다. 지역 혁신은 대학에 지역 산업과 협력하라고 요구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투자와 거버넌스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대학을 국가 AI 전환의 중심에 두고 있다. 그 방향성은 옳다. 하지만 대학은 전략적 긴급성만으로 번영할 수 없다. 안정적인 자금, 일관된 규제, 현실적인 차별화 — 이것이 없으면 1 조 4 천억 원의 투자는 또 다른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질문은 이것이다: 2030 년, 이 투자가 끝난 후 한국 대학은 AI 시대의 인재를 실제로 키워내고 있을까? 아니면 예산만 소진한 채 상위권 대학과 지역 대학의 격차만 더 벌려놓았을까? 답은 정책의 의지가 아니라, 예산의 지속성과 정책의 일관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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