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NPU 가 구름을 탄다: 퓨리오사 AI 와 삼성 SDS 가 여는 소버린 AI 의 문
2026 년 4 월 2 일, 서울 강남구 에스제이쿤스트할레. 퓨리오사 AI 백준호 대표는 ‘2026 레니게이드 서밋’ 무대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7 월부터 삼성 SDS 의 클라우드를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레니게이드가 제공될 수 있게 됐다.”
이 소식은 단순한 기업 협력 발표를 넘어선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토종 신경망처리장치 (NPU) 기반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첫 사례다. 엔비디아 GPU 가 지배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독자적인 길을 여는 순간이다.
퓨리오사 AI 의 2 세대 NPU ‘레니게이드’는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대비 같은 전력으로 최대 7.4 배 많은 사용자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백준호 대표는 “RTX 대비 거의 동등한 성능을 보여주면서도 월등한 효율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삼성 SDS 는 ‘서비스형 NPU(NPUaaS)’를 준비 중이다. 고객은 1 장, 2 장, 4 장, 8 장 단위로 필요한 만큼 NPU 를 사용할 수 있다. 물리적 하드웨어를 구매하지 않고도 클라우드를 통해 국산 NPU 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협력의 배경에는 정부의 ‘K-클라우드 프로젝트’가 있다. 2023 년 6 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000 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 클라우드 및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KT, NHN 같은 클라우드 기업과 퓨리오사, 리벨리온, 사피온 같은 AI 반도체 기업이 참여했다.
국산 NPU 는 점차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2025 년 8 월, SK 텔레콤은 리벨리온의 NPU 를 반려동물 X 선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에 적용했다. 퓨리오사 AI 는 LG AI 연구원의 LLM ‘엑사원’에 칩을 공급했다. 이번 삼성 SDS 협력은 이러한 상용화 흐름의 정점이다.
House of 7 의 핵심 가치 프레임워크 (CVF) 로 이 전기를 살펴보자.
첫째, **지속가능성**이다. 9 조 9000 억 원의 AI 예산을 투입하는 정부가 선언한 ‘AI G3 강국’의 핵심은 무엇인가? GPU 를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아니다.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얼마나 구축하는가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니다. 기술 주권의 문제다.
퓨리오사 AI 는 연내 약 2 만 장의 레니게이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 SDS 클라우드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국산 NPU 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발성 성과가 아니다. 생태계의 기반을 닦는 작업이다.
하지만 질문이 남는다. 2 만 장으로 충분한가? 엔비디아는 연간 수백만 장의 GPU 를 생산한다. 규모의 경제에서 한국 기업이 이길 수 있는가? 정답은 ‘전력 효율’이다. 같은 전력으로 7.4 배 많은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면, 데이터센터 운영비는 크게 줄어든다. 이것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다.
둘째, **문화적 존중**이다. ‘소버린 AI'(국가주권형 AI) 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다. AI 가 해당 국가의 문화, 언어,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GPU 는 범용 도구다. 하지만 NPU 는 특정 작업에 최적화할 수 있다. 한국어 LLM, 한국적 AI 에이전트, 한국적 데이터에 최적화된 칩을 한국 기업이 만든다는 것은 문화적 자존의 문제다.
레니게이드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다. 백준호 대표는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적 맥락을 이해하는 AI 에이전트를 한국적 NPU 가 구동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셋째, **정의와 공정성**이다. NPUaaS 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은 고성능 GPU 를 구매할 자본이 없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만큼 빌려 쓸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삼성 SDS 가 준비하는 NPUaaS 는 AI 인프라의 민주화다.
하지만 질문이 남는다. 이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삼성의 ‘대외 고객’이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대외 고객이 외국 기업이라면? 국산 NPU 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아닌가? 정의로운 전환은 국내 생태계를 먼저 강화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학 연구실에 우선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진실성과 투명성**이다. 백준호 대표는 레니게이드의 성능을 공개했다. “RTX 대비 거의 동등한 성능.” “같은 전력으로 7.4 배 많은 요청.” 이 수치는 독립적으로 검증되었는가? 엔비디아 GPU 와의 비교는 어떤 벤치마크 기준으로 측정되었는가?
투명성은 신뢰의 기반이다. 국산 NPU 가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한계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2025 년 1 월, 국회 간담회에서 삼성리서치 김대현 센터장은 “한국 NPU 의 하드웨어는 우수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엔비디아의 CUDA 는 20 년간 축적된 개발자 생태계다. 국산 NPU 가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이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지원, 개발자 커뮤니티, 문서화 — 이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다섯째, **비해악 (Non-Maleficence)**이다. AI 반도체 경쟁은 국가 간 경쟁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에 AI 칩 수출을 규제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지만, 중국과의 무역 관계도 중요하다. 국산 NPU 가 이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어떻게 위치할 것인가?
퓨리오사 AI 는 미국 시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4 억 달러 (약 6400 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기회이자 위험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이 중립을 지킬 수 있는가?
비해악의 원칙은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국산 NPU 가 한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개발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그것이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기술 주권과 국제 협력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국산 NPU 의 상용화가 엔비디아 GPU 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AI 추론 (inference) 영역이다. 학습 (training) 은 GPU 가 강하다. 하지만 추론은 NPU 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 엔비디아와 정면 승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추론이라는 특정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질문은 이것이다: 2026 년 7 월, 삼성 SDS 클라우드에 레니게이드가 올라간다. 그다음은 무엇인가?
첫 번째 고객이 누구인가? 두 번째, 세 번째 고객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어떻게 강화하는가? 개발자 커뮤니티는 어떻게 구축하는가?
상용화는 시작이다. 도착이 아니다. 레니게이드가 구름을 탔다. 하지만 그 구름이 어디로 흐를지는 아직 모른다.
정부는 9 조 9000 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기업은 2 만 장의 칩을 양산한다. 클라우드는 문을 열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뢰다. 국산 NPU 가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신뢰. 한국 기업이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신뢰. 그 신뢰는 성능으로, 효율로, 투명성으로, 지속적인 혁신으로 쌓아올릴 수밖에 없다.
소버린 AI 의 문이 열렸다. 그 문을 통과할 것은 칩이 아니다.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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