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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공장을 점령하다: M.AX 시대, 한국 제조업의 AI 전환과 노동의 미래

2026년 1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CES 2026 폐막 직후 첫 현장 방문지로 AI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기업 ‘에이로봇’을 선택했다. 이 방문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었다. 산업부는 이 자리에서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제조업 AI 전환) 전략의 핵심 동력으로 AI 로봇을 지목하고,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정부가 로봇 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공식 천명한 것이다.

M.AX는 윤석열 정부가 2024년 발표한 제조업 혁신 전략으로, 2027년까지 제조 현장에 AI와 로봇 기술을 전면 도입해 생산성을 30% 이상 높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 중심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지난 CES 2026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언급하며 “아시아 로봇 혁명의 진원지”라 평가한 것이 산업부의 발 빠른 행보의 배경으로 읽힌다. 글로벌 기술 리더가 한국을 주목하는 순간, 정부는 이를 국가 브랜드 강화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복잡하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제조용 로봇 도입률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제조업 고용은 2.1% 감소했다. 물론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그럼에도 울산과 거제의 조선소, 구미와 수원의 전자 공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일관된다: 로봇이 늘어날수록 단순 조립직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관 장관이 약속한 ‘규제 완화’의 실체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산업부가 제시한 방안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작업장 안전 인증 절차 간소화, 로봇 도입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로봇 운용 인력 양성 프로그램 지원 등이 포함됐다. 로봇 산업계는 환영하지만, 노동계는 우려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로봇 도입 속도에 비해 전환 교육과 일자리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리스킬링(재숙련) 프로그램은 연간 5만 명 규모지만, 로봇 대체 위험에 노출된 제조업 근로자는 120만 명을 넘는다. 간극이 크다.

국제 비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추진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산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노동 4.0 대화’를 제도화했다. 로봇 도입 결정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고, 대체되는 인력에 대한 재배치 계획이 의무화됐다. 일본은 로봇 도입 기업에 고용 유지 조건을 걸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한국의 M.AX에는 이런 사회적 안전장치에 대한 언급이 빈약하다. 기술 도입의 속도는 강조하되, 그 과정에서 밀려나는 이들에 대한 고려는 뒷전인 인상이다.

House of 7의 핵심 가치 중 ‘정의와 공정성’은 기술 전환의 혜택과 비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묻는다. AI 로봇 확산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주주와 경영진의 이익 증대로 귀결된다면, 그것은 공정한 전환인가? 에이로봇과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한국이 글로벌 로봇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안산의 박 씨 같은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되물어야 한다. ‘투명성’ 역시 중요하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약속할 때, 그 완화가 누구의 안전을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것인지 명확히 공개되어야 한다. 작업장 안전 인증 간소화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사고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지,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한국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자랑하며 제조업 자동화의 선두에 있지만, 동시에 세계 최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로봇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할 해결책일 수 있다. 그러나 해결책이 새로운 문제를 낳지 않으려면,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M.AX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되려면, 경기도 공장 노동자부터 판교 스타트업 개발자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AI 로봇 전환은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뒤에 남기고 달려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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