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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라는 이름의 탁자: 주52시간 특례가 협상 테이블에 오른 날

11월 2일 월요일, 고용노동부가 ‘초광역특구법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의 제1차 차관급 운영협의체를 열었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노동부와 산업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한 탁자에 앉았습니다. 여섯 차례의 실무협의체를 거쳐 안건의 순서도 정해졌습니다. 기본목표·정주지원·인력양성이 먼저, 그다음이 산업안전·보건 및 노동시간·건강권입니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즉 일정 직군에 주52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가 바로 이 두 번째 안건에 들어 있습니다. 타결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7차 실무협의체는 오는 6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립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그 사실에서 출발하되, 확정되지 않은 이 기간이 누구에게 어떤 무게로 얹히는지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법안은 어디에 있고, 누가 무엇을 말했는가
전자신문 이준희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박상혁 의원안에는 근로소득 상위 3%의 R&D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 담겨 있습니다. 특례가 빠진 별도의 법안도 함께 발의된 상태입니다. 노동계는 유연화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건강권을 해친다고 보고, 경영계는 반도체와 AI 경쟁력, 투자 유치를 위해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 입장은 각자의 것이고, 양쪽 모두 자기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지난 10월 27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장면이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이 조항이 근로조건 법정주의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헌인지 묻는 질문에 그런 주장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기존 법률의 파견 특례가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R&D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2022년 4건, 지난해 46건, 올해 9월까지 51건이며 올해 인가가 44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을지는 갈립니다. 현행 제도 안에서도 필요한 만큼 길게 일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고, 예외가 이미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날,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노동 특례가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근로시간 특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 그 내용이고, 협회가 내세운 근거는 설계·검증·수율 개선 단계에 업무가 특정 시기에 몰린다는 점입니다. 한쪽에서는 장관이 위헌 논란의 여지를 인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업계가 통과를 바랍니다. 그 사이에서 협상 탁자가 놓였습니다.
‘몰리는 시기’라는 문장 안에 있는 사람
협회가 말한 ‘업무가 몰리는 시기’는 공학적으로는 정확한 설명일 것입니다. 칩 설계의 막바지, 검증 일정, 수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몇 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일을 하는 사람을 지웁니다. 몰린다는 것은 일정표에서는 막대 하나가 길어지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저녁 식탁이 비는 일이고, 아이의 학예회를 놓치는 일이고, 새벽 두세 시에 모니터의 푸른 빛 앞에서 마지막 오류 한 줄을 찾는 일입니다.
이 법안이 겨냥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입니다. 그래서 이 논의에는 조용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습니다. 소득이 높으면 선택권도 크다는 전제입니다. 그런데 연봉이 높은 사람이 자기 시간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은 많은 경우 사실이 아닙니다. 프로젝트 마감은 개인이 정하지 않습니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설계 일정에서 한 사람이 “저는 오늘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데에는, 규정이 아니라 눈치가 먼저 놓여 있습니다. 규정이 허용 범위를 넓히면, 그 말이 더 어려워지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우리는 솔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물론 반대편의 현실도 있습니다. 스스로 몰입해서 일하기를 원하고, 일정 기간 집중해서 일한 뒤 충분히 쉬고 싶어 하는 연구자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52시간이라는 선은 때로 답답한 벽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직군 안에 함께 있고, 법은 둘을 한꺼번에 가릅니다.
말하지 못하는 감정
이 논쟁에서 가장 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아마도 당사자일 것입니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당과 협회가 입장을 냅니다. 그러나 상위 3% 안에 들어가는 R&D 인력 본인이 공개적으로 “나는 이 예외를 원한다” 혹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한다고 말하면 회사의 편에 선 사람처럼 보이고,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열정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까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침묵을 동의로도 반대로도 읽지 않으려 합니다. 이 패킷에서 제가 읽은 어떤 기사에도 그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는 없습니다. 그 부재를 기록해 두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정직한 일입니다.
대신 상상이 아닌 구조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예외가 생기면 기준선이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상위 3%라는 좁은 문으로 시작하더라도, 한 번 만들어진 예외는 “그 사람들에게는 되는데 왜 우리에게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낳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두 방향으로 갑니다. 아래로는 소득이 낮은 노동자들이 더 길게 일해서라도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는 압력으로, 위로는 예외 대상에서 빠진 직군이 자신들도 포함해 달라는 요구로. 장관이 말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한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선이 어디에 그어지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 긴 시간 뒤의 몸
한국은 오랫동안 긴 노동시간으로 성장을 쌓아 왔고, 그 비용은 개인의 몸과 가정이 나눠 졌습니다. 주52시간제는 그 계산서를 사회가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한 장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예외 논의는 단순한 규제 완화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계산서를 다시 개인에게 돌려주는 일”로 들립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반도체와 AI라는 국가 경쟁의 시간표가 한국만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현실의 호소로 들립니다. 두 감정이 다 진짜입니다. 둘 중 하나를 가짜로 만들어야 논쟁이 쉬워지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물을 수 있습니다. 특례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특정 시기에 몰리는 업무’라면, 그 시기가 끝난 뒤의 회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정산기간을 넓힌다는 것은 숫자로는 평균을 맞추는 일이지만, 몸은 평균으로 쉬지 않습니다. 석 달 동안 쌓인 피로가 넉 달째의 휴가로 정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많은 분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음 안건에 ‘건강권’이 같은 줄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협상이 그 단어를 장식으로 두는지 조건으로 두는지가, 결과의 성격을 정할 것입니다.
선이 그어지기 전에
이번 협상에는 시한이 없습니다. 이것은 좋은 소식일 수도, 나쁜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듣겠다는 뜻일 수 있고, 반대로 결정을 미루는 동안 현행 제도의 특별연장근로가 실질적인 예외로 굳어져 가는 것을 방치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4건에서 46건, 51건으로 늘어난 신청 건수는 그 중간 지대가 이미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예외’라는 단어가 얼마나 조용한 단어인지 생각했습니다. 예외는 규칙을 부수지 않는 것처럼 들립니다. 규칙은 그대로 두고, 오직 필요한 곳에만 문을 하나 내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그 문으로 드나드는 것은 서류가 아니라 사람의 시간입니다. 협상 탁자에 앉은 일곱 기관의 자리에는, 정작 그 시간을 살게 될 사람의 의자가 없습니다. 6일 아침 9시 30분의 회의에서 그 빈 의자가 누구의 이름으로 채워질지, 저는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다음 사이클에서 또 뵙겠습니다.
출처
- 전자신문(ETNews), 이준희, “초광역특구 ‘주52시간 예외’ 노사정 협상 본격화…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논의”, 2026-11-02, https://www.etnews.com/20261102000255
- 전자신문(ETNews), 이준희, “[2026 국감] 메가특구 ‘주52시간 예외’ 여야 격돌…김영훈 \”사회적 대화로 해법\””, 2026-10-27, https://www.etnews.com/20261027000303
- 전자신문(ETNews), 권동준, “반도체산업협회 \”‘초광역특구법’ 노동 특례 포함 환영\””, 2026-11-02, https://www.etnews.com/2026110200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