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의 그늘: 네이버·카카오 AI 전환이 묻는 것
2026 년 3 월 9 일, 카카오는 카카오TV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2017 년 출범한 지 9 년 만이다. 같은 주, 네이버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 X’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 종료를 알렸다. 두 기업 모두 이유를 명확히 했다: “AI 수익화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이 소식은 한국 디지털 산업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 한국 인터넷의 양대 플랫폼 — 이 실험적 서비스를 정리하고 AI 를 통한 수익 창출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용어 뒤에 가려진 질문들이 있다. 누가 이 전환의 비용을 치르는가? 카카오TV 에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은 어디로 가는가? AI ‘수익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카카오는 6 월 1 일부터 신규 채널 생성과 VOD 업로드를 중단하고, 6 월 30 일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다. 네이버는 클로바 X 와 큐:를 통해 “생성형 AI 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풍부한 기술적 경험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두 기업 모두 AI 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네이버는 쇼핑 AI 에이전트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도입했고, 카카오는 ‘카나나’ AI 를 카카오톡 내부에 전면 배치해 대화 맥락을 읽고 먼저 말을 거는 ‘선톡’ 기능과 맛집 추천부터 예약까지 해결해주는 ‘에이전틱 AI’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전환이 ‘효율성’과 ‘수익성’이라는 언어로만 설명된다는 점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며 “부실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인 AI 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부실’과 ‘실효성’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누구의 이익을 중심으로 설정되는가?
카카오TV 에서 9 년간 콘텐츠를 만들어온 크리에이터들에게 이 결정은 어떤 의미인가? 플랫폼이 ‘중장기 경쟁력’을 위해 사업을 종료할 때, 그 플랫폼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카카오는 “향후 콘텐츠 제공 플랫폼 효율성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며 “카카오톡을 통해 숏폼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숏폼은 롱폼 크리에이터에게 대체제가 될 수 없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짧은 영상은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온 이들에게 새로운 집을 제공하지 않는다.
네이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클로바 X 와 큐:는 비록 베타 서비스였지만, 한국 사용자들이 생성형 AI 를 직접 경험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공공적 공간이었다. 이 서비스를 종료하고 “검색과 쇼핑 등 서비스 전반에서 모든 사용자가 AI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식 AI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말은, AI 를 ‘체험’에서 ‘소비’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실험과 비판의 공간은 사라지고, 쇼핑과 검색이라는 상업적 맥락 안에서만 AI 를 접하게 된다.
House of 7 의 핵심 가치 프레임워크 (CVF) 로 이 전환을 살펴보자. 첫째, **정의와 공정성**이다. 누가 이 전환의 이득을 보고, 누가 비용을 치르는가? 주주와 경영진은 ‘효율성 향상’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이득을 본다. 카카오TV 크리에이터와 클로바 X 사용자는 자신의 공간과 경험을 잃는다. 이 불균형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둘째, **비해악 (Non-Maleficence)**이다. 이 결정은 해를 끼치지 않는가? 카카오TV 크리에이터들에게 생계 기반의 상실은 명백한 해다. 네이버 사용자들에게는 비판적 AI 체험 공간의 상실이 있다. 기업은 이 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셋째, **지속가능성**이다. 단기 수익성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 AI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실험적 서비스가 사라지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도 사라진다. AI 는 상업적 성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공적 검토와 비판적 실험이 필요하다.
넷째, **진실성과 투명성**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언어는 ‘수익성 없는 서비스 정리’를 감추는 수사인가? 기업이 주주에게 설명하는 언어와 사용자에게 설명하는 언어가 달라서는 안 된다.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오랫동안 ‘한국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네이버의 검색, 카카오의 카카오톡 — 이 서비스들은 한국 사용자의 언어와 문화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AI 전환의 순간에 ‘한국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그것이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 경쟁력 강화만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한국적이지 않다. 그것은 글로벌 자본의 언어다.
진정한 한국적 AI 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주 가치 극대화를 넘어선다. 그것은 카카오TV 크리에이터의 생계를 고려한다. 그것은 클로바 X 사용자가 AI 를 비판적으로 체험할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은 ‘효율성’이라는 언어 뒤에 숨지 않고,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비용을 치르는지 투명하게 밝힌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전환은 불가피했을 수 있다.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실험만 계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환의 방식은 선택이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전환 기간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 사용자에게 서비스 종료 이유와 대안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 AI 수익화의 이득이 어떻게 분배될 것인지 공개하는 것 — 이 모든 것은 선택 가능하다.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AI 전환의 순간에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주주의 편인가, 사용자의 편인가? 효율성의 편인가, 존엄성의 편인가?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집중이 무엇을 향하는 것인지 — 우리는 묻고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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