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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에이전틱 AI’를 말할 때: 갤럭시 S26이 던지는 진짜 질문

삼성이 ‘에이전틱 AI’를 말할 때: 갤럭시 S26이 던지는 진짜 질문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2026년 1월 실적 발표에서 한 문장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MX 부문은 갤럭시 S26 출시를 중심으로 플래그십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에이전틱 AI 경험을 통해 AI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는 대목이었다. ‘에이전틱 AI(agentic AI)’라는 표현이 삼성의 공식 실적 자료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무 공시에서 사용하기엔 다소 생소한 이 용어의 등장은, 삼성이 단순한 마케팅 문구 이상의 전략적 전환을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 문장 뒤에는 불편한 현실이 숨어 있다. 같은 실적 발표에서 MX 부문(모바일 경험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호황으로 삼성전자 전체는 기록적 실적을 올렸지만, 스마트폰 사업은 치솟는 부품 비용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2025년 삼성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는 전년 대비 17% 하락했다. 플래그십 라인업의 매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 맥락에서 ‘에이전틱 AI’라는 표현을 이해해야 한다. 삼성은 지금 두 가지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하나는 “AI가 스마트폰 판매를 살릴 수 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AI여야 하는가?”다. 그리고 삼성의 답은, 단순한 AI 기능 나열이 아니라 진정한 ‘에이전트’로서의 AI라는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무엇이 다른가? 삼성은 2024년 초부터 갤럭시 AI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실시간 통역, AI 사진 편집, 제미나이 기반 음성 비서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대부분 사용자가 명령을 내려야 작동하는 ‘반응형’ AI다. 사용자가 “이 사진을 편집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수행한다. 사용자가 “여행 일정을 정리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돕는다.

에이전틱 AI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GfK의 얀 로르바흐 전략 인사이트 부문 시니어 디렉터는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아직 AI를 휴대폰 구매의 주요 이유로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 쇼핑, 일정 관리를 돕는 ‘에이전트’라는 개념은 실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처럼 느껴집니다.” 핵심은 주도성이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가 명령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필요를 예측하고, 스스로 작업을 수행한다. 당신이 매주 목요일 오후 3시에 특정 회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전에 필요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둔다. 당신이 자주 가는 카페의 메뉴를 기억하고, 날씨에 따라 적절한 옷차림을 제안한다. 당신이 요청하기 전에, AI가 먼저 움직인다.

현재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된 구글의 제미나이 라이브는 이미 이 방향으로 한 발 나아갔다. 여러 앱을 넘나들며 복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본 여행지 정보를 삼성 노트에 정리해줘”라고 하면 제미나이가 알아서 처리한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2025년 1월부터 제미나이의 앱 확장은 삼성 캘린더, 노트, 리마인더, 시계와 구글 서비스, 그리고 왓츠앱과 스포티파이 같은 제한된 서드파티 앱만 지원한다. 할 수 있는 작업도 제한적이다. 캘린더 일정을 만들고 수정할 수는 있지만 공유는 안 된다. 노트를 검색하고 요약할 수는 있지만 태그를 달거나 협업하는 건 불가능하다.

삼성이 갤럭시 S26에서 ‘에이전틱 AI 경험’을 강조한다는 것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자체 음성 비서인 빅스비를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제미나이가 구글 생태계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빅스비는 삼성 기기와 삼성 앱, 그리고 비구글 서드파티 앱에서 더 깊은 통합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 헬스 데이터를 분석해 운동 루틴을 제안하거나, 삼성 스마트홈 기기들을 조율하거나, 갤럭시 워치와 갤럭시 버즈를 연계해 맥락 인식 기능을 강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과연 소비자들이 AI에게 그 정도로 깊은 접근 권한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에이전틱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에 광범위하게 접근해야 한다. 당신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어디를 자주 가는지, 무엇을 사는지 — 이 모든 정보를 AI가 알아야 비로소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이것은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근본적 긴장이다.

바로 여기서 삼성은 경쟁 우위를 찾을 수 있다. 고려대학교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의 최병호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완전히 위임하려면 제도적, 기술적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삼성은 하드웨어 수준에서 보안이 내장된 기기 브랜드로서, 그 약속을 신뢰성 있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삼성의 녹스(Knox) 보안 시스템과 온디바이스(기기 내) 프라이버시 아키텍처는 이미 구축되어 있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클라우드 중심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달리, 삼성은 “당신의 데이터는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다.

최 교수는 덧붙인다. “지금 AI 기능들은 여전히 너무 많은 수동 입력을 요구합니다. 사람들은 AI가 인상적이라고 말하지만 정기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아요. 그 이유는 부담이 여전히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가 가치 있는 것은 일상적 작업을 예측하고 조용히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에이전틱 AI는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이미 필요한 것을 준비해두는 AI다. 당신이 부탁하기 전에, AI가 먼저 안다.

하지만 이 비전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여러 장애물이 있다. 첫째는 기술적 완성도다. 여러 앱과 서비스를 넘나들며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각 앱의 API가 충분히 개방되어야 하고, AI가 그것들을 정확하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제미나이나 빅스비가 완벽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보다는 생태계 통합의 문제가 크다. 각 앱 개발사들이 AI 통합을 허용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

둘째는 소비자 신뢰다. IDC의 나빌라 포팔 시니어 연구 디렉터는 이렇게 지적한다. “플래그십 판매는 압박을 받고 있고, 시장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앞서 나갈 기회가 있습니다. 특히 애플이 AI에서 계속 느리게 움직인다면요. 지금 삼성은 에이전틱 AI를 먼저 출시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서사를 형성할 수 있는 창을 줍니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경고한다. “현실은 AI가 아직 업그레이드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여기서 한국 소비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2025년 기준 평균 교체 주기는 3.2년을 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카메라” 때문에 폰을 바꾸지 않는다. 화면이 조금 더 밝다고, 프로세서가 조금 더 빠르다고 해서 100만 원 이상을 지불하지 않는다. AI 기능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통역이 신기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폰을 바꿀 만큼 강력한 동기는 아니다.

에이전틱 AI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단일 기능이 아니라 경험 전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만약 AI가 정말로 당신의 일상을 이해하고, 당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낸다면? 그것은 “멋진 기능”이 아니라 “없으면 불편한 필수품”이 된다. 스마트폰이 전화기에서 생활 필수품으로 변한 것처럼, 에이전틱 AI는 AI를 선택 사항에서 필수 사항으로 만들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삼성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하우스 오브 7의 핵심 가치 프레임워크 관점에서 보면, 세 가지 원칙이 특히 중요하다.

첫째, 투명성이다. 에이전틱 AI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알아서 했어요”는 편리할 수 있지만, 그것이 블랙박스처럼 느껴진다면 신뢰는 무너진다. 삼성은 AI의 추론 과정을 설명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지난 3주간 목요일마다 오후 3시에 회의가 있었고, 그때마다 이 자료를 찾았기 때문에 오늘도 미리 준비했습니다”처럼 말이다.

둘째, 자율성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최종 결정권은 사용자에게 있어야 한다. 에이전틱 AI는 제안할 수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아니요, 이번엔 다르게 할게요”라고 말하면, AI는 그것을 존중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UX 디자인이 아니라 윤리적 원칙이다. AI는 도구이지, 사용자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다.

셋째, 책임성이다. AI가 실수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에이전틱 AI가 잘못된 예약을 했거나, 중요한 메시지를 놓쳤거나, 부적절한 제안을 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책임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삼성은 기술 제공자로서 AI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사용자는 쉽게 피드백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경로를 가져야 한다.

갤럭시 S26의 ‘에이전틱 AI 경험’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이 빅스비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 제미나이와 어떻게 협력할지, 온디바이스 처리를 어디까지 밀고 갈지는 출시일이 가까워져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삼성은 지금 단순히 새 폰을 파는 것이 아니라, AI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가 진정한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스마트폰의 가치를 재정의할 수 있는가? 한국 소비자들이 AI에게 일상의 주도권을 넘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갤럭시 S26의 성공 여부를 넘어, 향후 몇 년간 스마트폰 산업 전체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삼성이 성공한다면? 한국은 다시 한번 세계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5G, 폴더블, 그리고 이제 에이전틱 AI까지.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제품의 실패가 아니라, AI 과대 광고와 실제 소비자 가치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AI가 당신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도록 허락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 AI를 만든 회사를, 그 정도로 신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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